안녕하세요. 블로그 총 관리자 입니다.
블로그 모바일 사용중단에 따른 서비스 종료를 알려드립니다.
관련된 데이터는 의료원에 이관 및 데이터 재사용 유무를 추후 알려드리며
그동안 연세블로그를 구독해 주신 고객님들께 감사드립니다.
연세의료원은 앞으로도 더욱 새로운 모습으로 찾아뵙겠습니다.
- 서비스 종료일: 2019년 11월 30일
- 서비스 종료범위: 연세의료원 모바일 블로그 및 홈페이지.
감사합니다.

[강남]소아청소년과 블로그 :: 도훈아, 미안해~! - 은영민

도훈아, 미안해~! - 은영민

은영민 2011/10/02 14:58 [강남]소아청소년과
제가 어렸을 때, 저희 부모님께서는 항상 친구들의 이름을 잘 기억해야 한다는 말씀을 해 주시곤 하셨습니다. 그래서 새 학년이 되면 언제나 새로 만난 친구들 이름부터 익히려고 친구 이름을 불러보고 또 불러보며 새 친구 사귀는 즐거움을 시작했던 기억이 나구요.
조금 더 커서 사춘기가 되었을 때, 부모님께서 가장 좋아하시는 시 한편을 들려 주셨는데, 이 시는 지금까지도 제가 가장 좋아하는 시 중 하나가 되었습니다.

제목 : 꽃
시인 : 김춘수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준 것처럼
나의 이 빛깔과 향기(香氣)에 알맞는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다오.
그에게로 가서 나도
그의 꽃이 되고 싶다.

우리들은 모두
무엇이 되고 싶다
너는 나에게 나는 너에게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눈짓이 되고 싶다.


정말 우리 모두 개개인 고유의 특징을 지닌 소중한 사람들입니다. 그래서 이름을 불러준다는 것은 고유한 존재를 인정해 주는 첫 다가감일 수 있고, 그렇게 시작하며 이어가는 인간 관계가 수많은 이야기를 담은 소중한 관계가 되어, 우리 삶의 아름다운 꽃이 된다는 것이겠지요?

사실 저도 언제나 사람의 이름을 기억하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그게 늘 부족합니다.
의사로서 진료실에서 만나게 되는 환자분들 이름도 많이 기억하려고 애쓰는 건, 그렇게 이름을 불러 진료를 하면서 더 가족 같은 편안함을 나누기 바라고, 실제로 한번이 아닌 건강한 인생을 향해 함께 하는 진료실이 되게 하고 싶기 때문입니다. 저 역시도 진료를 통해 만나는 수많은 분들, 시작은 아파서 만나게 되었지만, 저에게 믿음으로 건강 문제를 맡겨 주시고 함께 하면서, 많은 것들을 배울 수 있게 해 주시는 고마운 인연이라고 믿고 있습니다.
환자는 의사의 스승이기 때문입니다.

또한 제가 외래를 통해 만난 환자가 아니고 응급실이나 다른 선생님 진료를 통해 이차적으로 만나게 되는 경우에는 더욱 이름 익히기에 신경을 쓰게 됩니다. 진료를 통한 진단 치료 과정이 중요한 만큼 사람으로서의 만남도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제가 며칠 전 큰 실수를 했습니다.
밤 사이에 응급실을 통해 입원한 환자가 있어서, 아침에 첫 회진을 가며, 아이 이름을 잘못 기억한 것입니다. 그런 줄 모르고, 저는 병실에 들어서면서, "도현아, 안녕?  처음 만났네... 얼마나 많이 아팠어... " 이렇게 말을 시작하였고, 아이 엄마에게도 역시, "도현이 엄마, 고생 많으셨죠... 아이 상태가 이러저러 하니 이러저러 잘 치료하면서 좋아질 거예요..." 라고 설명을 시작하며 진찰을 하였습니다.
진찰을 마치고 다시, "도현아, 오늘 병실에서 이러저러한 치료를 할 건데 잘 하고 있으렴." 하고 말을 하였는데, 아이 얼굴이 조금 뾰루퉁해 보였습니다. 보통은 처음 만나는 환자이더라도 이렇게 이름을 부르면서 말을 시작하고 진찰을 진행하면 그 과정에서 아이 마음이 친근함으로 밝아져 웃으며 회진을 마치곤 하는데, 아이 얼굴이 어두운 듯하여 조금 마음에 걸렸지만, 아마 지금 아파서 힘들기도 하고 처음 입원이라 그러려니 생각했습니다.
늦은 오후, 다시 회진할 무렵, 역시 아이 얼굴 속 저를 보는 눈빛이 어두웠습니다. 그래서 저는 "도현아, 오늘 잘 지냈지?  병원 생활이 좀 어때? " 라고 물었더니, 그제서야, 아이 엄마께서 하시는 말씀, "선생님, 우리 아이가 자기 이름은 도훈이인데 선생님이 도현이라고 부른다고 싫대요!"

아차... 저는 그제서야 침대 머리맡 이름표를 다시 살펴 보았습니다. 아이 이름은 도훈!!!
이크, 제가 정말 큰 실수를 한 것입니다. 이름을 부르지 않은 것 보다도 못하게 된 것입니다.
도훈이에게 도현이라고 계속 말을 하였으니, 아이 입장에서는 당연히 싫었던 것이지요...

저는 너무나 미안해서, 아이 등을 토닥이며 사뿐히 안아 주었습니다. "이야, 선생님이 정말 큰 실수를 했구나. 도훈아, 너무 미안하다... 선생님이 가장 중요한 도훈이 이름을 잘못 불렀구나... 미안해. 꼭 이름 잘 기억하도록 할께"  라고 말하며 손을 꼬옥 잡았습니다.
그 때 아이 얼굴은 햇살처럼 밝아지면서 매우 밝고 큰 목소리로, "네, 선생님. 저는 도훈이예요."
하유!  얼마나 도훈이에게 미안했는지, 또 얼른 마음 풀어주어 얼마나 고맙고 다행이었는지...
감사한 순간이라고 기억됩니다.

이토록, 신경 쓰고 잘 하려고 노력하는 부분에 있어서도, 이렇게 엉뚱한 실수를 할 수 있다는 게, 또 교훈이 되고, 늘 더 잘 하도록 노력해도 한없이 부족한 게 사람에 대한 일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도훈아, 미안하고 고맙다~
너로 인해 또 많이 배우고 더 잘 할 수 있는 마음도 다졌단다...
고마워~!
다행히 도훈이는 잘 회복되어 건강 상태도 좋아지고, 저에게 멋지고 밝은 미소를 남겨 주었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이올린에 북마크하기
2011/10/02 14:58 2011/10/02 14:58

댓글을 달아 주세요

댓글 RSS 주소 : http://blog.iseverance.com/P1/rss/comment/22
댓글 ATOM 주소 : http://blog.iseverance.com/P1/atom/comment/22
  1. ihearu  2011/10/02 22:0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이렇게 마음 따뜻한 의사 선생님이 더 많았으면 좋겠어요...
    환자의 이름 하나하나에도 마음을 써 주시는 은영민 선생님은
    벌써 우리 마음에 꽃이 되었습니다.

  2. 김은희 2012/02/09 16:5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교수님... 너무나 오랜만입니다.
    저 명지병원에 김민석 보호자 입니다.
    교수님께서 항상 사랑과 믿음으로 아이들과 보호자를 대해주셔서 정말로 어떻게 감사의 말씀을 전해드려야 할지모르지만 이렇게 글로나마 감사의 인사를 드릴수 있어서 이것또한 감사합니다.
    교수님 언제나 그러하셨듯이 항상 따뜻한 마음으로 아이들과 부모들께 희망을 주셔요...

  3. weight loss pills 2014/06/21 08:5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Fabulous, what a blog it is! This webpage presents helpful facts to us, keep it up.

  4. factors determining success in bodybuilding, 2014/08/26 21:4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Excellent post! We will be linking to this particularly great content on our website.

    Keep up the great writing.

  5. http://testinnovate.phn.ng/content/why-singapore-property-sales-bounce-isn%E2... 2014/08/29 14:4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I'd like to thank you for the efforts you've put in writing this
    site. I'm hoping to check out the same high-grade
    content by you in the future as well. In truth, your creative writing
    abilities has motivated me to get my very own site now ;)

  6. Shakira has breast tumor 2014/09/01 22:5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Undeniably believe that which you said. Your favorite reason appeared to be on the internet the
    easiest thing to be aware of. I say to you, I certainly get irked
    while people consider worries that they just do not know about.
    You managed to hit the nail upon the top as well as defined
    out the whole thing without having side-effects , people could take a signal.

    Will likely be back to get more. Thanks

  7. Men's ED Packs 2014/09/04 23:1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My developer is trying to persuade me to move to .net
    from PHP. I have always disliked the idea because of the expenses.
    But he's tryiong none the less. I've been using Movable-type on various websites for about
    a year and am nervous about switching to another platform.
    I have heard great things about blogengine.net. Is there a way I can transfer all my wordpress content into it?
    Any kind of help would be really appreciated!

  8. HotelsCombined 2014/09/26 21:5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excellent publish, very informative. I'm wondering why the other specialists of this sector do not notice this.
    You should continue your writing. I am confident, you've
    a great readers' base already!

  9. Pure Moringa Slim Review 2015/03/03 07:3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Hey There. I found your blog using msn. This is a really well written article.
    I will make sure to bookmark it and return to read more
    of your useful information. Thanks for the post. I'll definitely return.

  10. พนันฟุตบอล 2016/05/31 18:5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Hi there, i read your blog occasionally and i own a similar
    one and i was just curious if you get a lot of spam responses?

    If so how do you protect against it, any plugin or anything you can advise?

    I get so much lately it's driving me crazy so any help is very much
    appreciated.

  11. www.remoin.com 2016/06/28 10:2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Should Max agree to donate the $500,000, it could show that his initial
    offer to Planned Parenthood wasn't the contrived ploy for publicity it gave the impression to
    be. Max's proposed donation to the ladies's health organization appeared to lack sincerity, given the disparaging comments
    he's made on Twitt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