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인과 의료기관의 진정성

 

‘진정성’의 사전적인 의미는 ‘솔직하게 생각하고 표현하는 것으로, 거짓이 없는 솔직한 언행’을 말한다. 잘못된 일이 발생했을 때 진실을 밝히고, 진정성을 추구한다는 것이 쉬운 것 같기도 하지만, 때로는 어렵기도 하다. 그런 경우 진실을 밝히면, 체면이 손상될까 봐, 보상을 해야 하거나 혹은 잘못에 대한 대가를 치러야 할까 봐 두렵거나 걱정이 되어 이를 주저하게 된다.

 

8년전 입원 중이던 환자가 입원 3일째 밤에 갑자기 사망하는 일이 발생하였다. 아침에 출근해보니, 흥분한 유가족들 약 스무명이 외래 진료실 앞에 모여 주치의를 면담하겠다고 하였다. 오전 진료를 마친 후 유가족들과 회의실에서 5시간 동안 입원후 경과와 추정되는 사망 원인 등을 설명하였다. 당시 주치의로서 유가족들을 대하는 필자의 원칙은 사랑하는 가족을 잃은 유족의 슬픔을 위로하고, 만약 환자의 사망에 병원측 과실이 조금이라도 있었다면 반드시 응분의 책임을 지고 보상을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부검 결과 의료 사고가 아닌 것으로 밝혀졌지만, 그 사건 이후 더욱 더 환자 입장을 이해하고 환자에 대한 진정성 있는 태도와 마음가짐을 가지게 되었다.

 

또 다른 예로 2015년 전국을 위기 상황으로 몰고 갔던 메르스가 발생하였을 때의 일이다. 다른 병원과 달리 대전 건양대 병원은 상당한 손실을 감수하면서 메르스 환자 발생을 숨기지 않고 병동 및 환자를 신속히 격리 조치하여 지역 사회로 질병이 전파되지 않도록 잘 대처하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렇듯 진실을 밝히고 진정성을 추구하는 데에는 용기가 필요하고 그 과정에서 물질적인 손실을 치러야 하기도 하고 마음이 불편하기도 하다.

 

최근 이대 목동병원 신생아 중환자실에서 네명의 신생아가 사망하였을 때 필자는 병원의 위기관리 능력을 눈여겨 보았다. 여러 가지 이유로 안타까운 사고가 생겼지만, 사고 발생 직후 의료진들은 유가족들에게 진정성 있는 사과와 책임을 지겠다는 의사 표명을 하고, 홍보팀이나 대외협력처에서는 언론에 팩트에 입각한 객관적인 설명과 원인 규명에 나서겠다는 의지 표명을 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었다. 스타벅스는 ‘라테(LATTE)’라는 고객 응대 시스템을 적용하고 있는데, ‘LATTE’는 고객의 말을 귀담아 듣고(Listen), 고객의 불만을 인정하며(Acknowledge), 문제 해결을 위해서 행동을 취하고(Take action), 고객에게 감사하며(Thanks), 그런 문제가 일어난 이유를 설명하라(Explain)는 것이라고 한다. 의료인과 의료기관도 ‘고객’이란 용어를 ‘환자’로 전환하여 ‘라테’ 원칙으로 환자를 대할 것을 제안해 본다. 이를 통해 환자와 의료인 간에 신뢰감이 구축되고 좋은 마음의 유대 관계(Rapport)가 형성되면 궁극적으로 치료 반응도 좋을 것이다.

 

결론적으로, 의료 기관에서 가장 중요한 핵심가치는 환자가 질병으로부터 자유로워지는 것이므로, 이를 위해서 의료인들은 진실을 말하고, 진정성 있는 마음과 태도로 환자를 대하여 서로간에 신뢰감과 좋은 유대 관계가 구축되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2018/02/13 16:50 2018/02/13 16:50

댓글을 달아 주세요

코멘트를 남겨주세요

오픈아이디로만 댓글을 남길 수 있습니다

1 2 3 4 5 6 7  ... 148 

카테고리

전체 (148)
프로필 (1)
언론보도 (38)
내 마음의 행로 (27)
소화기 질환 이해하기 (60)
고객경험 (21)

공지사항

달력

«   2018/05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Archi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