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의 전공의 시절인 1980년대 중반에는 회생 가능성이 없는 말기 암환자를 앰부 (AMBU, air mask bag unit) 배깅(bagging)하면서 집에 모셔다드리는 일이 가끔 있었다. 당시만 해도 집 아닌 곳에서 사망하는 것을 객사(客死)라고 하고, 이를 꺼려하여 집에서 임종을 맞이하는 분들이 한해 사망자의 약 75%를 차지하였다. 그러나, 2017년 통계에 의하면 국내 한해 사망자수는 약 28만 6천명인데, 이 중 76.2%가 가정이 아닌 의료기관 (병의원, 요양병원 등)에서 임종을 맞이하고 있으며, 의료 기관 사망 비율은 매년 증가하고 있다. 의료 기관 사망 구성율의 증가 원인은, 첫째, 임종을 기다리는 말기 암환자가 퇴원을 해서 거주하는 집으로 옮기면 말기 암환자에게 필요한 마약성 진통제를 까다로운 법 규정으로 수시로 투약할 수 없고, 왕진제도가 없어진 국내에서는 집에 있는 환자에게 ‘돌봄’을 제공할 수 없는 현실이 원인이 될 것이다. 둘째, 핵가족화되면서, 1~2인 가구가 늘어나게 되어 환자를 간병할 인력이 없다는 것도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는 이유가 되며, 집에서 돌봄을 받더라도 암질환 등 4대 중증질환의 병원비가 본인 부담 금액의 약 5%로 경감되니 경제적인 이유도 한 원인이 될 것이다. 셋째, 진료를 받던 대형 병원의 여러가지 편의성때문에 임종 기간을 보내고 그 병원 장례식장까지 이용하게 된다는 것이다.

 

최근 언론 보도에 따르면 일본은 의사의 왕진 건수가 연 1,000만건에 이르고 방문 진료를 받는 환자는 한달 평균 35만명에 달한다고 하니, 고령화 사회에 접어든 한국에서도 거동이 불편한 노인 환자 및 말기암 환자를 위한 왕진 제도의 시행과 정착이 필요하다고 하겠다.

 

의료기관 사망 비율이 증가함에 따라 대부분의 임종 과정이 병원내에서 일어나게 되니, 연명 의료란 개념이 생기고 그 문제점들이 드러나게 되었다. 연명 의료란 임종 과정에 있는 환자에게 심폐소생술, 혈액 투석, 항암제 투여, 혹은 인공호흡기 적용 등의 의학적 시술을 통해 치료 효과 없이 임종 과정의 기간을 연장하는 것으로 정의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2018년 2월부터 ‘호스피스.완화의료 및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 의료결정에 관한 법률’(약칭:‘연명의료 결정법’)이 시행되었고 우리 병원에서도 연초에 ‘연명의료 윤리위원회’가 구성되어 필자가 위원장을 맡아서 여러분들의 도움으로 필요한 각종 서식을 준비하고 원내 교직원들 대상 교육을 실시하였다. 또한 실제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들의 연명의료 결정(중단 혹은 유보)에 대해 논의를 진행하고 있으며 이번에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 중단 결정에 대한 사례 논의를 위하여 워크샵을 개최하였다.

 

실제 법 시행후 여러 사례들을 겪어 보니, 회생 가능성이 없는 상태가 되었을 때 본인은 무의미한 연명의료를 받지 않겠다고 하지만, 막상 환자의 가족이 되어서 같은 상황이 되면 연명 의료 중단 결정을 내리기 어려움을 알 수 있었다. 또한, 필자가 말기 암환자의 가족들과 향후 병의 예후에 대해서 대화를 나누다 보면, 가족들이 환자에게는 정확한 상태를 설명하지 말거나, 환자에게는 ‘말기’임을 비밀로 부쳐달라는 요청을 받게 된다. 즉, 연명 의료에 대하여 환자 및 가족, 그리고 의료진간에 갈등이 가끔 생기는데, 이는 한국인의 죽음에 대한 정서와 문화상 말기 암환자에게 ‘말기’임을 알리는 것이 정신적인 고통과 절망감을 주어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연명의료 결정에 대한 가족간의 책임 회피 및 보라매병원 사건 이후의 의사들의 방어 진료 등으로 인해 연명 의료 중단 결정을 하지 못하는 경우도 발생한다.

 

이제 연명의료와 관련한 여러 법규도 제정.시행되었으므로 그동안의 연명 의료 사례 분석을 통하여 규정을 보완할 점은 없는지, 임종을 앞둔 환자에게 사실을 알리고 죽음을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을 갖게 할 것인지에 대하여 고민하고 논의할 시점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또한, 임종을 앞둔 환자나 보호자들은 다가올 죽음을 준비하고 경건하고 존엄스러운 죽음을 맞기 위해서는 심폐소생술이나 인공호흡기 적용 같은 무의미한 연명 의료 중단 여부의 결정에 대하여 의료진과 충분히 의견을 나누어야 할 것이고, 의료 기관에서는 비록 수익성이 낮더라도 전용 임종실을 두어 임종을 맞이하는 환자와 그 가족에게 경건한 애도 분위기를 제공해야 할 것이다. 또한 관계 기관에서는 지역 보건소 혹은 1차 의료기관 의료진의 왕진 혹은 원격 진료를 제도화하여 노인 환자 및 말기 환자에 대한 지속적인 ‘재택 돌봄’을 통하여 평소에 자신이 거주하던 곳에서 경건하고 존엄스러운 임종을 맞이하도록 사회적인 분위기를 조성해야 할 것이다.

 

2018/09/03 16:45 2018/09/03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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